혹시 해외에서 렌터카 여행해 보신 적 있으신 지 모르겠습니다. 유럽 렌터카 여행책이 처음 나온 게 90년대 말이니까, 지금은 렌터카 여행 하셨다는 분도 많으시고, 유럽 렌터카 여행 가이드북도 있고 그렇죠. 렌터카가 사실, 사람 넷 만 모이면 대중교통보다 싼 경우도 많고, 대중교통 잘 안 닿는 곳도 많아서 꽤 괜찮은 여행 수단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여행할 때 차 있으면 편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같이 걱정 많은 사람은, 숙소 못 구하면 일단 차에서 자도 된다는 마음의 큰 위안도 되고...


그런데 영국이나 일본처럼 운전석이 반대 방향인 곳은 렌터카 할 엄두가 잘 안 나죠. 그렇잖아도 정신 없는데,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다 사고 날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여름에 스코틀랜드를 여행할 일이 있었는데, 큰 맘 먹고 차를 빌려봤습니다. 




네, 여기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공항입니다. 공항에서 자동차 그림 따라서 가면 렌터카 업체들이 모여 있는 건물이 나옵니다. 거기 부스에 가서 차 받아오면 되는데, 반드시 국내운전면허증을 국제운전면허증이랑 함께(!) 가져 가세요. 보통 대부분 둘 중 하나만 내도 차 내 주는데, 원칙적으로는 국제면허증은 국내면허증과 함께 있어야 유효하답니다. 아는 분이 차 빌리러 갔다가 국내 면허증 없어서 결국은 결제 다 해 놓은 차 그냥 못 받고 왔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어서... 겁많은 저는 '세금 고지서'도 두 장 챙겨 갔습니다. 렌터카 약관에 보니까 '결제한 카드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세금 고지서 두 장 가져올 것'이라고 돼 있더라고요. 뭐 결국 보자고는 안 하더라고요. 


자동차는 엑스피디아 닷컴에서 오토매틱 중 제일 작은 차 (2인승)으로 빌렸습니다. 5일 150파운드니까, 약 30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흐흐. 보통 렌터카 가격은 세계 어디나 (제일 작은 차 기준으로 했을 때) 1일 10만원 정도인 것 같아요. 




직원이 차 확인해 보라고 해서 나가서 열심히 확인. 조그만 흠집 찾아서 동전 놓고 사진 찍고, 직원에게 보여줬습니다. 이거 우리가 낸 거 아니라고... 직원은 뭐, 이런 걸로, 대수롭잖은 반응이었지만요. 


여기서 골치 아픈 게 하나 있었는데, 한참 계약서 쓰다 직원이 갑자기 "자차 보험 한도를 600파운드에서 100파운드로 낮추는 옵션이 68파운드인데 선택하실래요?" 물어봅니다. 마치 꼭 해야 한다는 말투로.... 분명히 홈페이지에서 결제할 때 자차 보험 추가했는데, 뭔 이야기인가 싶어서 다혹했습니다. 이건 뭥미 얼굴을 하고 있는데 직원이 연타로 "반환 때 연료를 제로로 만들고, 그 연료를 우리가 시세보다 싸게 채워주는 옵션이 있는데 선택하실래요?" 라고 또 물어봅니다. 


이게, 요즘 엑스피디아 같은 외국 저가 업체를 이용해 여행할 때 나오는, '여행자를 헷갈리게 해 푼돈 뜯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저게 뭐냐면, 엑스피디아에서 자차 보험을 선택했더라도, 거기 약관을 자세히 읽어 보면 배상 규모가 600파운드 이상일 때만 해 준다, 라고 되어 있나 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차 받을 때, 돈을 더 내면 그 배상 규모를 100파운드로 줄여 준다는 거죠. 그러니 100파운드 이내의 잔 손상이 생기면 내가 물고, 그 이상은 보험이 물어준다는 겁니다. 이거 이해하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두번째, 반환 때 연료를 제로로 만드는 옵션도, 사실 생각해 보면 말 안 됩니다. 저 얘기는 결국, 연료통 하나 분의 돈을 지금 내고 연료 빵으로 만들어 와라, 는 건데요. 아니 어떻게 연료를 제로로 만들어서 반환할 수 있나요? 그러다 렌터카 반환 업체를 3미터 앞에 두고 차가 멈춰 못가는 일이... 벌어지면 업체는 견인차 부르겠죠. 그리고 견인차 값 백만불 내고 울면서 돌아와야 하는...


결국 머리를 모아 고민한 끝에, 자본주의의 수치심을 모르는 뻔뻔한 얼굴, 이라고 결론내리고 안 하는 방향으로 했습니다. 둘 다, 일단 웹페이지 상의 렌터카 가격으로 낮추려고 나온 방법입니다. 그렇게 낮추고, 이상한 옵션들을 현장에서 달아서 가격을 올리는 거죠. 차 기다리면서 보니까 렌터카 빌리러 온 사람들이 다들 그 옵션 설명을 듣고 잠시 멘붕 상태에 계시더라고요.ㅎㅎ




뭐 이름 기억나지 않는 차입니다. 2인승 선택했는데, 4인용으로 업그레이드 해 줬습니다. 렌터카는 언제나 2인승을 선택했는데, 항상 4인승을 주더라고요. 2인승 차는 실제로는 없고, 홈페이지의 미끼 상품인 것 같기도 해요. 어쨌거나 그래서 이번에도 공짜 업그레이드라고 좋아하면서ㅎ





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나라가 의외로 많더라고요. 영국, 아일랜드, 일본 외에도 영연방이었던 호주,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등등이랍니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길에 대문짝 만하게 적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아일랜드만 반대방향이니까요. 의외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앞 차 따라 가면 되니까... 다만 차 없는 데서 우회전 좌회전 할 때 어느 차로로 들어가야 할 지 잠시 헷갈릴 때가 있더라고요. 두 사람 이상 함께 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도 닷새 동안 두 번, 당황해서 반대쪽 차로로 들어갔다 깜놀했으나 큰 사고는 없었다는...




무사히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저희 목적지는 던디. M=motorway 고속도로인 거 같습니다. 국도는 A로 시작하더라고요. 여기서 첫번째 난관이, 제한속도가...!! 도로 어디에 동그라미 안에 70 그려진 게 있었어요. 그러나 그게 킬로미터인지 마일인지..ㅠㅜ 차들이 달리는 속도로 봐서 마일로 추정했습니다. 던디까지는 46마일 남았네요. 


저희가 사실, 전날 동네 도서관에서 '영국 도로표지판 읽는 법' 책을 빌려 갔답니다. 렌터카 여행 할 거라고 했더니, 영국 애가 그 책 보고 가라고 하기도 했고, 며칠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영국 도로 표지판 진짜 이상한 거 많다'고 방송도 해서 겸사겸사...오바 아닌가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 나라 표지판 낯선 거 많더라고요. 




로터리입니다. 영국은 대부분 교차로가 로터리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진입한 차에게 우선권이 확실히 있습니다. 이건 뭐, 꽤 유용했습니다. 어디로 갈 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로터리 계속 뱅글뱅글 돌면 되니까...




이것도 저희를 괴롭힌 표지판. 군대 상병도 아니고... 저 앞에 보면 작대기 두 개 짜리도 있습니다. 영국 도로표지판 책에 따르면, 작대기 셋은 300야드, 둘은 200야드, 하나는 100야드입니다. 그 앞에 뭐, 신호등 같은 거 있다는 뜻이에요. 야드...끙... 야드는 멉니까. 야드는 미터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아요. 대충 300야드면 300미터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더 헷갈립니다. 동네에 진입하니 제한속도 40...마일. 아니, 40마일이면 64킬로인데, 어떻게 이런 동네 골목에서 시속 64킬로로 달립니까. 딱 제한속도 40킬로면 될 것 같은데. 


동네를 빠져나오면 하얀 바탕에 검은 동그라미 있는 표지판도 나옵니다. <영국의 도로표지판>에 따르면, '내셔널 리미트'가 적용된다, 는 뜻이랍니다. 내셔널 리미트는 또 뭡니까...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서 아는 사람한테 문자 보내서 물어봤습니다. 4차선 도로는 70마일, 2차선 도로는 60마일이래요. 그냥 좀 적어 놓으면 되지 70, 60이라고... 까만 페인트가 없나..ㅠㅜ 




표지판이 때로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는 상황도...ㅠㅜ 




그래도 무사히, 숙소에 도착. 트래블롯지는 유럽의 저가 호텔 체인인데요, 던디에서는 1박에 19파운드, 우리 돈으로 3만5천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나와 있더군요. 앞으로도 유럽 자동차 여행을 할 땐 여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서비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규격화된 서비스에, 뭐 깔끔합니다. 이 트래블롯지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 




역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지도입니다. 




그러나 실제 길찾기는 아이폰이 담당. 렌터카 할 때 네비게이션 옵션이 있긴 했는데, 영어로 떠들면 더 헷갈린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았어요.




아이폰의 3G 이용해서 구글 지도를 이용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소한 동네 길도 GPS 잘 찾고, 안 틀리고 잘 나옵니다. 예상 소요 시간, 남은 시간 다 나오고요. 다만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두 사람 아이폰을 교대로 충전하면서 이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폰을 가져오신 북극곰님은, 영국에서 심카드 사서 10파운드(약 2만원) 충전해서 썼습니다. 10파운드 충전하면 3G 500메가 주거든요




설정 사진입니다. 저거 계속 툭툭 떨어져서 결국은 조수석에 앉은 제가 들고 가는 방향으로.




제일 싼 차여서 아무런 오디오 옵션이 없더라는...ㅠㅜ 라디오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이건 던디를 지날 때였는데, 그 동네 지역방송입니다. 




이건 스코틀랜드 지역 방송인 듯합니다. 게일어로 방송해서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계속 백파이프 부는 음악 나옵니다. 




이거 완전, 경기도 양평 어디를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앞에 '라이브 뮤직' 표지판 보이시나요. 




뭐 이런 약간 그림 같은 풍경도... 북으로 북으로 계속 달렸습니다. 




조그만 동네에는 이렇게 간이 주유소...라고 부를 수도 있는 곳들이 있더군요. 




이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주유소에 갔으나 기름이 없다는... 




무사히 주유소를 찾아서 주유에 성공. 요즘은 한국에도 셀프 주유소가 많이 생겨서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주유기가 '카드 주유기'와 '현금 주유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카드 주유기는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고, 현금 주유기는 주유를 일단 한 다음, 가게에 들어가서 '몇 번 주유기로 주유했다'고 하면 얼마 내라고 알려 줍니다. 




기름값이 얼마였는지 잘 기억이... 한국보다 좀 비쌌던 것 같습니다만. 




슬프게도 가장 싼 주유소는 대형마트 주유소랍니다. 주유소 찾기가 힘들어서 기름 떨어지는 줄 알고 전전긍긍하다 간신히 찾은 테스코 주유소. 인버네스 근처의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테스코가 있더라는... 여기서 아침밥 먹고, 기름도 채우고, 화장실도 가고...등등. 


참, 나중에 차 반환할 때에도 주유소를 못 찾아서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공항 근처에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없더라고요! 반환할 시간은 다가오고, 주유소는 없고, 발을 동동 구르는 데, 친절한 경찰 아저씨가 "공항에 주유소 없다"며 가까운 주유소 알려 주셔서 간신히 살았다는... 사실 공항 안에 주유소가 있긴 있어요. 그러나 그건 렌터카 업체 전용이랍니다. 그 '연료 빵으로 만드는 옵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렌터카 업체들이 담함하고 주유소 이용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관광객들의 푼돈 뜯는 걸 수치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에는 휴게소도 있습니다. 저 휴게소 마니아 - 자동차가 생긴 다음 처음 서점에 가서 '우리나라 휴게소 지도' 산 사람입니다. 반드시 가보겠다고 했으나, 고속도로 휴게소 찾기가 엄청 힘들었어요. 휴게소가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서 한참 가야 나왔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시시하게 영국 어디나 다 있는 코스타 커피와 버거킹이 있더라는... 


코스타에서 커피 두 잔 사서 나왔는데, 커피 값이 더 비싸더라고요? 연료도 비싸고요. 나중에 들으니, 영국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원래 뭔들 다 비싸대요. 거기까지 물품을 공급하느라 애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으나, 그냥 제 생각엔, 역시나 급한 사람한테 푼돈 뜯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고도 자본주의의 상술이려니... 




이런 아름다운 풍경도 지나갑니다. 스코틀랜드 북부의 '황야지대'예요. 인버네스에서 북쪽 해안 끝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저희는 기름 떨어질까봐 전전 긍긍했으나, 10미터마다 '교행지점' 나오는 문명화된 지역이었다는... 그냥 '오지' 설정인 것 같습니다. 3G도 다 터지고, 동네 펍에는 무선 인터넷도 됩니다. 이런 되서 낙오되더라도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피크닉도 했어요. 테스코에 '밀딜' 이라고 샌드위치+감자칩+음료 묶어서 파는 싼 (그래봐야 5000원ㅠㅜ) 점심 패키지가 있어요. 역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요츠바라 8권. 




북쪽 끝의 오지 (설정) 마을들엔 자전거/바이크 여행자들이 많이 옵니다. 이 비앤비는 자전거, 바이크 모두 환영이라네요. 저희는 이 비앤비 맞은편의 체육관 개조한 유스호스텔에서 (속아서) 떨면서 잤다는... 




그렇게 달려 달려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는 영국의 북쪽 끝. 존 오 그로츠 라는 마을이에요. 남쪽 끝 콘월에서 자전거나 바이크를 타고 달려온 사람들이 여기서 '해냈다'는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갑니다. 우리로 치면 강원도 고성 전망대쯤 될 거에요. 말도 안 되는 바가지 가격의 카페와 식당이 한 채씩 있고, 햄버거며 피쉬앤 칩스를 파는 컨테이너가 한 대 있습니다. 줄 서서 햄버거를 사 먹는 바이크 아저씨들 뒤에 서서, 저희도 피쉬 앤 칩스를 사서 먹었습니다. 영국 북쪽 끝까지 달려가 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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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인숙 2012.12.17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선 홍수 속에서 이런 글 읽으니 더 잼나요.ㅎㅎ 아..대선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염.

  2. 딸기 2012.12.18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국 표지판 잼나다...
    Tongue Village도 있네? ㅋ 무슨 이름이 저래

  3. Mok 2012.12.30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저도 영국가고싶어지는!
    근데 북극곰 선배 영국가셔서 운전하셨네요 ^^

  4. Ray 2013.01.06 0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
    실은 댓글 줄줄 썼는데 핸폰이라 그런지 날려먹고 잠깐 상심했다 다시 써요 ㅠㅠ
    북극곰님은 한국을 지키신다더니 기자님 보러 영국을 가셨나보네요 ㅎㅎ 영국도 두루두루 둘러보시고 여행기 쓰셨으면 ㅎㅎ 그럼 책 내시면 제가 일빠로 살게요. 전 북극여행자 제가 젤 먼저 샀다고 믿고 있어요 ㅎㅎ
    변덕스런 영국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또 좋은 글 기다릴게요^^

  5. toms outlet 2013.07.16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냐구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세요? 이렇게 묻자니 쑥스러운 것이,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축 가라앉아 버렸죠. 경기가 몇년 째 계속 어렵기도 하고, 캐롤도 별로 들리지 않고, 선물도 뭐, 커플들이나 애들이나 하는 거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영국도 경기가 몹시 어렵지만, 크리스마스는 나름 크리스마스인 것 같아요. 얘네들한테는 크리스마스가 우리 설날 같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가 보더라고요. 다들 손에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부모님 계시는 고향 집으로 가는 때입니다. 모르긴 해도, BBC 기자들도 빅토리아 기차역에 죽치고 앉아서 귀향길 스케치 찍고 있을 겁니다.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이 앞다퉈서 "올해는 녹색 크리스마스를 보냅시다!"라고 캠페인을 하는데요, 저도 크리스마스 앞두고 "우리도 올해는 녹색 크리스마스를 보내자!" 는 취지로 기사를 쓰기도 했어요. 크리스마스 때 선물 포장 줄이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은 끄고 등등 뭐 그러자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가까이서 보니까, 아 정말 놀랍더라고요. 평소엔 엘리베이터도 잘 안 타고, 집도 엄청 춥게 지내는 영국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때는 거의 "리미트 해제!" 수준으로 변신합니다. 단체들이 "제발 올해는 좀 녹색 크리스마스를..." 할 만 한 것 같아요. 



(사진: http://visitbritainnordic.wordpress.com )

런던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인 리젠트 거리입니다. 보통은 12월초에 크리스마스 점등을 했는데, 올해는 11월에 크리스마스 점등을 했어요. 경기가 나쁘니 크리스마스 쇼핑을 통해 한 번 살려 보자는 취지입니다. 사랑스러워서 좋긴 한데, 해가 오후 서너시면 지니까, 켜 놓는 시간이 꽤 길죠. 



(사진 http://www.myfashionlife.com )

모르긴 해도 정말 이렇지 않을까 싶어요. 크리스마스 쇼핑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전 주 주말이었던 17일에는 첫 뉴스가 "오늘 1천만명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러 나갑니다" 였어요. 유로존 위기도, 중동 민주화도 제치고 크리스마스 쇼핑이 톱뉴스입니다. 맨날 천날 수리하는 런던 지하철도, 이날만큼은 풀 가동이었습니다. 





(사진 http://www.realbollywood.com)

선물을 얼마나 사느냐, 일단 식구 수대로 삽니다. 그리고 밥 먹으러 오는 친척들 것도 하나씩 사고요.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시크릿 산타"라고 해서, 한명씩 몰래 정해 선물 주는 것도 있어요. 마니또 비슷하죠. 회사에서 친한 사람들에게도 작은 선물 하고, 등등 하니까, 보통 크리스마스 1~2주 전에 하루 날 잡아 시내 가서 왕창 사 오더라고요. 제 앞자리 아이는 손가락으로 세 보더니, 한 10개는 사야 하는 것 같다고...ㅠㅜ 제 뒷자리 애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은행 가서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왔습니다. 선물도 사야 하고 파티도 줄줄이 있다며...

 


(사진:  http://inhabitat.com/ )

그리고 이 선물들은 대부분 다 포장을 해요. 그러다 보니 문방구나, 드럭 스토어나 수퍼마켓에도 포장지 코너가 따로 있어요. 이 사진은 크리스마스 포장, 제발 좀 줄입시다는 취지의 캠페인 사진입니다. 참고로, 이 사이트를 클릭 하시면, 에코 포장하는 법이 꽤 여러가지 나와 있어요. 이렇게 쓰니 광고 같네요 -_-

포장지도 포장지지만, 카드도 문제죠. 영국 사람 한 명이 평균 17장의 카드를 보낸답니다. 이게 나무로 치면 22만그루래요. 카드는 그렇다 쳐도 봉투는 다 버리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최근엔 "이카드 eCard"를 보내세요, 에 이어서,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다시 기부받는 프로그램도 생겼어요. 카드를 슈퍼마켓 재활용통에 넣으면 그걸 재활용해 수익으로 숲을 산다네요. 


트리도 걱정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나무를 키우는 곳을 다 합치면 영국에서만 2만5천 헥타아르가 됩니다. 맨체스터시 2배 크기래요. 나무들이 연말 되면 싹 베어 나갔다가,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뿌리채 사셔서 정원이나 화분에 심으세요" 이런 캠페인도 많습니다. 



(사진  http://www.kingston.gov.uk/ )


크리스마스 쓰레기 폭탄을 풍자하는 사진입니다.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영국에서만 300만톤의 쓰레기가 만들어집니다. 2층버스로 치면 40만대 분량입니다. 그러니 올해는 쓰레기 줄이는 녹색 크리스마스를, 기원할 만 하죠. 

아, 우리는 크리스마스 때 저렇게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아, 생각하며 안심하셨죠? 저도 흐뭇한 기분으로 걷다가 잠시 생각해보니, ㅠㅜ 그렇지도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뭐 외국처럼 저러지 않지만, 우리는 설날 명절이 있죠. 식구 수대로 선물도 사고, 요즘 선물들은 어쩜 그렇게 다들 박스만 큰지, 명절 지나면 동네 재활용 분리수거함이 넘쳐 나잖아요. 그리고 근하신년 카드도 보내죠, 명절 음식은 으레 남게 마련이어서 쓰레기통으로 가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더군요. 남의 나라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는 녹색 크리스마스, 녹색 설날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래는 지난해에 쓴 '그린 크리스마스' 기사입니다. 뻔한 소리긴 하지만, 참고하셔요~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7가지 방법

2010/12/21| 0 
크리스마스가 이번 주로 다가오면서 카드 보내기, 트리 장식, 선물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크리스마스는 선물 포장 등으로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불필요한 조명 장식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비되는 ‘환경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린피스 등 해외 환경단체에 따르면 영국 한 국가에서 한 해 오가는 크리스마스 카드만 7억4000만장. 약 25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는 셈이다.

크리스마스 때 발생하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그린 크리스마스’ 캠페인이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매년 ‘녹색 크리스마스 가이드라인’을 제안해 온 데 이어 기후변화행동연구소도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7가지 방법’을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다. 환경단체들의 ‘그린 크리스마스 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낮에는 트리의 불을 꺼 주세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거리, 상점은 물론 가정에서도 색색깔 조명을 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구가 반짝이는 동안 전기가 사용되면서 적지 않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조명 효과가 적은 낮 시간대만이라도 색깔 조명을 꺼 놓자.

▲크리스마스 카드는 ‘e카드’와 ‘재활용 카드’로

영국에서 발송되는 크리스마스 카드는 매년 7억4400만장. 이 카드가 재활용지로 만들어지면 약 24만8000여 그루의 나무를 지킬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재활용 크리스마스 카드’를 검색하면 재활용지 크리스마스 카드를 찾을 수 있다. 나무를 전혀 죽이지 않는 전자 카드도 좋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공정무역’이나 ‘기부’로

값비싼 선물 대신 직접 만든 화장품, 과자, 목도리 등을 선물하자. 제품의 생산·이동에 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정성은 더할 수 있다. 생산자로부터 직접 제 값을 주고 사 오는 ‘공정무역’ 설탕·커피·수공예품 등은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웃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선물을 받을 사람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도 의미있는 선물이 된다. 물론 이산화탄소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선물 포장은 재활용품으로 간단하게

포장지 1㎏을 만드는데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3.5㎏. 자동차로 15분간 달리는 만큼의 양이다. 포장지가 배송되고 폐기되는 과정까지 합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늘어난다. 종이 봉투, 상자, 천 조각, 리본, 아이들의 낙서, 옛 지도 등을 찾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면 보기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진짜 나무로

인공 크리스마스 트리는 PVC와 금속으로 만들어져 납 등의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인공 트리는 6년 정도 사용한 뒤 폐기된다. 쓰레기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쉽게 썩지도 않아 지구를 오염시킨다. 살아있는 나무를 사용하면 환경 부담이 줄어든다. 작은 나무를 화분에 심어 크리스마스 트리로 쓴 뒤 계속 키우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플라스틱 장식품 대신 팝콘, 말린 과일, 그림을 그린 종이를 매다는 것도 트리 장식으로 좋다.

▲크리스마스 만찬은 로컬 푸드로

수입 식품은 이동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고기를 준비한다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소보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사용하자.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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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댄디 2012.01.04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활에 보탬이 되는 유용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설날 때 적용해 봐야겠어요. 기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본댄디 2012.01.04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활에 보탬이 되는 유용한 글 잘 읽고갑니다. 설날에 적용해 봐야 겠어요. 기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본댄디 2012.01.04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활에 보탬이 되는 유용한 글 잘 읽고갑니다. 설날에 적용해 봐야 겠어요. 기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본댄디 2012.01.04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활에 보탬이 되는 유용한 글 잘 읽고갑니다. 설날에 적용해 봐야 겠어요. 기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