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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6 '반대 방향이야!'-영국에서 렌터카 여행하기 (5)

혹시 해외에서 렌터카 여행해 보신 적 있으신 지 모르겠습니다. 유럽 렌터카 여행책이 처음 나온 게 90년대 말이니까, 지금은 렌터카 여행 하셨다는 분도 많으시고, 유럽 렌터카 여행 가이드북도 있고 그렇죠. 렌터카가 사실, 사람 넷 만 모이면 대중교통보다 싼 경우도 많고, 대중교통 잘 안 닿는 곳도 많아서 꽤 괜찮은 여행 수단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여행할 때 차 있으면 편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같이 걱정 많은 사람은, 숙소 못 구하면 일단 차에서 자도 된다는 마음의 큰 위안도 되고...


그런데 영국이나 일본처럼 운전석이 반대 방향인 곳은 렌터카 할 엄두가 잘 안 나죠. 그렇잖아도 정신 없는데,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다 사고 날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여름에 스코틀랜드를 여행할 일이 있었는데, 큰 맘 먹고 차를 빌려봤습니다. 




네, 여기가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공항입니다. 공항에서 자동차 그림 따라서 가면 렌터카 업체들이 모여 있는 건물이 나옵니다. 거기 부스에 가서 차 받아오면 되는데, 반드시 국내운전면허증을 국제운전면허증이랑 함께(!) 가져 가세요. 보통 대부분 둘 중 하나만 내도 차 내 주는데, 원칙적으로는 국제면허증은 국내면허증과 함께 있어야 유효하답니다. 아는 분이 차 빌리러 갔다가 국내 면허증 없어서 결국은 결제 다 해 놓은 차 그냥 못 받고 왔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어서... 겁많은 저는 '세금 고지서'도 두 장 챙겨 갔습니다. 렌터카 약관에 보니까 '결제한 카드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세금 고지서 두 장 가져올 것'이라고 돼 있더라고요. 뭐 결국 보자고는 안 하더라고요. 


자동차는 엑스피디아 닷컴에서 오토매틱 중 제일 작은 차 (2인승)으로 빌렸습니다. 5일 150파운드니까, 약 30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흐흐. 보통 렌터카 가격은 세계 어디나 (제일 작은 차 기준으로 했을 때) 1일 10만원 정도인 것 같아요. 




직원이 차 확인해 보라고 해서 나가서 열심히 확인. 조그만 흠집 찾아서 동전 놓고 사진 찍고, 직원에게 보여줬습니다. 이거 우리가 낸 거 아니라고... 직원은 뭐, 이런 걸로, 대수롭잖은 반응이었지만요. 


여기서 골치 아픈 게 하나 있었는데, 한참 계약서 쓰다 직원이 갑자기 "자차 보험 한도를 600파운드에서 100파운드로 낮추는 옵션이 68파운드인데 선택하실래요?" 물어봅니다. 마치 꼭 해야 한다는 말투로.... 분명히 홈페이지에서 결제할 때 자차 보험 추가했는데, 뭔 이야기인가 싶어서 다혹했습니다. 이건 뭥미 얼굴을 하고 있는데 직원이 연타로 "반환 때 연료를 제로로 만들고, 그 연료를 우리가 시세보다 싸게 채워주는 옵션이 있는데 선택하실래요?" 라고 또 물어봅니다. 


이게, 요즘 엑스피디아 같은 외국 저가 업체를 이용해 여행할 때 나오는, '여행자를 헷갈리게 해 푼돈 뜯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저게 뭐냐면, 엑스피디아에서 자차 보험을 선택했더라도, 거기 약관을 자세히 읽어 보면 배상 규모가 600파운드 이상일 때만 해 준다, 라고 되어 있나 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차 받을 때, 돈을 더 내면 그 배상 규모를 100파운드로 줄여 준다는 거죠. 그러니 100파운드 이내의 잔 손상이 생기면 내가 물고, 그 이상은 보험이 물어준다는 겁니다. 이거 이해하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두번째, 반환 때 연료를 제로로 만드는 옵션도, 사실 생각해 보면 말 안 됩니다. 저 얘기는 결국, 연료통 하나 분의 돈을 지금 내고 연료 빵으로 만들어 와라, 는 건데요. 아니 어떻게 연료를 제로로 만들어서 반환할 수 있나요? 그러다 렌터카 반환 업체를 3미터 앞에 두고 차가 멈춰 못가는 일이... 벌어지면 업체는 견인차 부르겠죠. 그리고 견인차 값 백만불 내고 울면서 돌아와야 하는...


결국 머리를 모아 고민한 끝에, 자본주의의 수치심을 모르는 뻔뻔한 얼굴, 이라고 결론내리고 안 하는 방향으로 했습니다. 둘 다, 일단 웹페이지 상의 렌터카 가격으로 낮추려고 나온 방법입니다. 그렇게 낮추고, 이상한 옵션들을 현장에서 달아서 가격을 올리는 거죠. 차 기다리면서 보니까 렌터카 빌리러 온 사람들이 다들 그 옵션 설명을 듣고 잠시 멘붕 상태에 계시더라고요.ㅎㅎ




뭐 이름 기억나지 않는 차입니다. 2인승 선택했는데, 4인용으로 업그레이드 해 줬습니다. 렌터카는 언제나 2인승을 선택했는데, 항상 4인승을 주더라고요. 2인승 차는 실제로는 없고, 홈페이지의 미끼 상품인 것 같기도 해요. 어쨌거나 그래서 이번에도 공짜 업그레이드라고 좋아하면서ㅎ





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나라가 의외로 많더라고요. 영국, 아일랜드, 일본 외에도 영연방이었던 호주,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등등이랍니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길에 대문짝 만하게 적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아일랜드만 반대방향이니까요. 의외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앞 차 따라 가면 되니까... 다만 차 없는 데서 우회전 좌회전 할 때 어느 차로로 들어가야 할 지 잠시 헷갈릴 때가 있더라고요. 두 사람 이상 함께 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도 닷새 동안 두 번, 당황해서 반대쪽 차로로 들어갔다 깜놀했으나 큰 사고는 없었다는...




무사히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저희 목적지는 던디. M=motorway 고속도로인 거 같습니다. 국도는 A로 시작하더라고요. 여기서 첫번째 난관이, 제한속도가...!! 도로 어디에 동그라미 안에 70 그려진 게 있었어요. 그러나 그게 킬로미터인지 마일인지..ㅠㅜ 차들이 달리는 속도로 봐서 마일로 추정했습니다. 던디까지는 46마일 남았네요. 


저희가 사실, 전날 동네 도서관에서 '영국 도로표지판 읽는 법' 책을 빌려 갔답니다. 렌터카 여행 할 거라고 했더니, 영국 애가 그 책 보고 가라고 하기도 했고, 며칠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영국 도로 표지판 진짜 이상한 거 많다'고 방송도 해서 겸사겸사...오바 아닌가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 나라 표지판 낯선 거 많더라고요. 




로터리입니다. 영국은 대부분 교차로가 로터리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진입한 차에게 우선권이 확실히 있습니다. 이건 뭐, 꽤 유용했습니다. 어디로 갈 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로터리 계속 뱅글뱅글 돌면 되니까...




이것도 저희를 괴롭힌 표지판. 군대 상병도 아니고... 저 앞에 보면 작대기 두 개 짜리도 있습니다. 영국 도로표지판 책에 따르면, 작대기 셋은 300야드, 둘은 200야드, 하나는 100야드입니다. 그 앞에 뭐, 신호등 같은 거 있다는 뜻이에요. 야드...끙... 야드는 멉니까. 야드는 미터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아요. 대충 300야드면 300미터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더 헷갈립니다. 동네에 진입하니 제한속도 40...마일. 아니, 40마일이면 64킬로인데, 어떻게 이런 동네 골목에서 시속 64킬로로 달립니까. 딱 제한속도 40킬로면 될 것 같은데. 


동네를 빠져나오면 하얀 바탕에 검은 동그라미 있는 표지판도 나옵니다. <영국의 도로표지판>에 따르면, '내셔널 리미트'가 적용된다, 는 뜻이랍니다. 내셔널 리미트는 또 뭡니까...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서 아는 사람한테 문자 보내서 물어봤습니다. 4차선 도로는 70마일, 2차선 도로는 60마일이래요. 그냥 좀 적어 놓으면 되지 70, 60이라고... 까만 페인트가 없나..ㅠㅜ 




표지판이 때로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는 상황도...ㅠㅜ 




그래도 무사히, 숙소에 도착. 트래블롯지는 유럽의 저가 호텔 체인인데요, 던디에서는 1박에 19파운드, 우리 돈으로 3만5천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나와 있더군요. 앞으로도 유럽 자동차 여행을 할 땐 여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서비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규격화된 서비스에, 뭐 깔끔합니다. 이 트래블롯지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 




역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지도입니다. 




그러나 실제 길찾기는 아이폰이 담당. 렌터카 할 때 네비게이션 옵션이 있긴 했는데, 영어로 떠들면 더 헷갈린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았어요.




아이폰의 3G 이용해서 구글 지도를 이용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소한 동네 길도 GPS 잘 찾고, 안 틀리고 잘 나옵니다. 예상 소요 시간, 남은 시간 다 나오고요. 다만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두 사람 아이폰을 교대로 충전하면서 이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폰을 가져오신 북극곰님은, 영국에서 심카드 사서 10파운드(약 2만원) 충전해서 썼습니다. 10파운드 충전하면 3G 500메가 주거든요




설정 사진입니다. 저거 계속 툭툭 떨어져서 결국은 조수석에 앉은 제가 들고 가는 방향으로.




제일 싼 차여서 아무런 오디오 옵션이 없더라는...ㅠㅜ 라디오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이건 던디를 지날 때였는데, 그 동네 지역방송입니다. 




이건 스코틀랜드 지역 방송인 듯합니다. 게일어로 방송해서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계속 백파이프 부는 음악 나옵니다. 




이거 완전, 경기도 양평 어디를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앞에 '라이브 뮤직' 표지판 보이시나요. 




뭐 이런 약간 그림 같은 풍경도... 북으로 북으로 계속 달렸습니다. 




조그만 동네에는 이렇게 간이 주유소...라고 부를 수도 있는 곳들이 있더군요. 




이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주유소에 갔으나 기름이 없다는... 




무사히 주유소를 찾아서 주유에 성공. 요즘은 한국에도 셀프 주유소가 많이 생겨서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주유기가 '카드 주유기'와 '현금 주유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카드 주유기는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고, 현금 주유기는 주유를 일단 한 다음, 가게에 들어가서 '몇 번 주유기로 주유했다'고 하면 얼마 내라고 알려 줍니다. 




기름값이 얼마였는지 잘 기억이... 한국보다 좀 비쌌던 것 같습니다만. 




슬프게도 가장 싼 주유소는 대형마트 주유소랍니다. 주유소 찾기가 힘들어서 기름 떨어지는 줄 알고 전전긍긍하다 간신히 찾은 테스코 주유소. 인버네스 근처의 조그만 마을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테스코가 있더라는... 여기서 아침밥 먹고, 기름도 채우고, 화장실도 가고...등등. 


참, 나중에 차 반환할 때에도 주유소를 못 찾아서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공항 근처에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없더라고요! 반환할 시간은 다가오고, 주유소는 없고, 발을 동동 구르는 데, 친절한 경찰 아저씨가 "공항에 주유소 없다"며 가까운 주유소 알려 주셔서 간신히 살았다는... 사실 공항 안에 주유소가 있긴 있어요. 그러나 그건 렌터카 업체 전용이랍니다. 그 '연료 빵으로 만드는 옵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렌터카 업체들이 담함하고 주유소 이용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관광객들의 푼돈 뜯는 걸 수치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에는 휴게소도 있습니다. 저 휴게소 마니아 - 자동차가 생긴 다음 처음 서점에 가서 '우리나라 휴게소 지도' 산 사람입니다. 반드시 가보겠다고 했으나, 고속도로 휴게소 찾기가 엄청 힘들었어요. 휴게소가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서 한참 가야 나왔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시시하게 영국 어디나 다 있는 코스타 커피와 버거킹이 있더라는... 


코스타에서 커피 두 잔 사서 나왔는데, 커피 값이 더 비싸더라고요? 연료도 비싸고요. 나중에 들으니, 영국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원래 뭔들 다 비싸대요. 거기까지 물품을 공급하느라 애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으나, 그냥 제 생각엔, 역시나 급한 사람한테 푼돈 뜯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고도 자본주의의 상술이려니... 




이런 아름다운 풍경도 지나갑니다. 스코틀랜드 북부의 '황야지대'예요. 인버네스에서 북쪽 해안 끝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저희는 기름 떨어질까봐 전전 긍긍했으나, 10미터마다 '교행지점' 나오는 문명화된 지역이었다는... 그냥 '오지' 설정인 것 같습니다. 3G도 다 터지고, 동네 펍에는 무선 인터넷도 됩니다. 이런 되서 낙오되더라도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피크닉도 했어요. 테스코에 '밀딜' 이라고 샌드위치+감자칩+음료 묶어서 파는 싼 (그래봐야 5000원ㅠㅜ) 점심 패키지가 있어요. 역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요츠바라 8권. 




북쪽 끝의 오지 (설정) 마을들엔 자전거/바이크 여행자들이 많이 옵니다. 이 비앤비는 자전거, 바이크 모두 환영이라네요. 저희는 이 비앤비 맞은편의 체육관 개조한 유스호스텔에서 (속아서) 떨면서 잤다는... 




그렇게 달려 달려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는 영국의 북쪽 끝. 존 오 그로츠 라는 마을이에요. 남쪽 끝 콘월에서 자전거나 바이크를 타고 달려온 사람들이 여기서 '해냈다'는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갑니다. 우리로 치면 강원도 고성 전망대쯤 될 거에요. 말도 안 되는 바가지 가격의 카페와 식당이 한 채씩 있고, 햄버거며 피쉬앤 칩스를 파는 컨테이너가 한 대 있습니다. 줄 서서 햄버거를 사 먹는 바이크 아저씨들 뒤에 서서, 저희도 피쉬 앤 칩스를 사서 먹었습니다. 영국 북쪽 끝까지 달려가 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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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인숙 2012.12.17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선 홍수 속에서 이런 글 읽으니 더 잼나요.ㅎㅎ 아..대선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염.

  2. 딸기 2012.12.18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국 표지판 잼나다...
    Tongue Village도 있네? ㅋ 무슨 이름이 저래

  3. Mok 2012.12.30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저도 영국가고싶어지는!
    근데 북극곰 선배 영국가셔서 운전하셨네요 ^^

  4. Ray 2013.01.06 0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
    실은 댓글 줄줄 썼는데 핸폰이라 그런지 날려먹고 잠깐 상심했다 다시 써요 ㅠㅠ
    북극곰님은 한국을 지키신다더니 기자님 보러 영국을 가셨나보네요 ㅎㅎ 영국도 두루두루 둘러보시고 여행기 쓰셨으면 ㅎㅎ 그럼 책 내시면 제가 일빠로 살게요. 전 북극여행자 제가 젤 먼저 샀다고 믿고 있어요 ㅎㅎ
    변덕스런 영국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또 좋은 글 기다릴게요^^

  5. toms outlet 2013.07.16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뭐가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