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잘들 보내셨나요? 저는 설날 전날 식구들이랑 지리산에...어쩌다 보니... 길은 나섰고 어디 갈 지 몰라 방황하다 구례 화엄사에 갔습니다. 거기 마침 국립공원 종복원센터가 있지요. 지금은 이름이 종복원기술원으로 바뀌어 도대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는 뭐 그런 이름이 됐지만, 여튼 여기가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의 집, 비슷한 겁니다, 네네. 일반 관광객에게도 개방하는 곳입니다. 

 



구례 화엄사 입구 주차장에 지리산 탐방지원센터가 있어요. 탐방지원센터=관광안내소 비슷한 건데, 거기서 길 건너에 종복원기술원이 있습니다. 



나무다리 입구에도 이렇게 곰들이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종 복원을 하는 동물이 반달곰 외에도 산양이나 여우도 있는데, 반달곰이 가장 유명하죠. 2001년부터 반달곰 방사 사업을 해서 죽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그러다 새끼들이 태어나기도 하고 등등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26마리가 있습니다. 종복원기술원에는 반달곰 생태학습장이 붙어 있는데요, 거기에는 방사됐다 실패한 곰들, 방사하려고 교육시키는 곰들, 뭐 그런 애들이 모여 있지요




그러나 지금은 겨울. 반달곰들은 겨울잠을 자고 없습니다ㅠㅜ. 곰들이 겨울잠을 자는 건 잘 아시다시피 겨울철에 먹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동물원의 곰도 겨울잠을 잘까요? 대체로 자지 않습니다. 사육사가 먹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는 한 자지 않죠. 그러나 구례 생태체험장의 곰들은 겨울잠을 잔답니다. 야생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겨울철엔 먹이를 줄이고 재운다고 하더라고요. 저 울타리 안 쪽 나무 등걸 어디에선가 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재빨리 기념품 가게로 직행. 박물관이건 미술관이건 가장 재미있는 곳은 기념품 가게라는...(혹시 저만 그런가요?ㅠㅜ)  역시 반달곰의 고향...까지는 아니어도 하숙집 정도는 되니까, 여긴 기념품 가게도 반달곰 모양이네요. 국립공원의 마스코트도 반달곰이죠. 




네, 이런 식으로. 외모로 보아 아빠 반달곰과 새끼 반달곰으로 추정됩니다만, 수컷은 양육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반달곰의 생태를 감안한다면 엄마곰과 아기곰일 겁니다.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엄마곰 아빠곰 아기곰' 노래는 사실 곰의 생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노래죠. 곰은 한번에 보통 새끼를 두 마리 낳으니까 정확하게는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엄마곰 아기곰 아기곰'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엄마곰 이름은 반달이, 아기곰은 꼬미에요. 




기념품 가게 안에는 곰 박제가 있습니다. 혹시 '장군이'란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2001년 지리산에 처음으로 시범 방사됐던 곰입니다. 농가에 찾아와 꿀 훔쳐 먹고, 절에 가서 공양미 훔쳐오고 그랬던 말썽꾸러기 곰이었죠. 이 박제가 바로 그 장군이입니다.


장군이는 사실 복원 대상곰은 아니었어요. 지금 현재 지리산에 방사돼 있는 곰들과 유전자가 좀 다르다네요. 지금 지리산의 곰들은 대부분 러시아 곰들인데, 장군이는 농가에서 기른 사육곰이었거든요. 우리나라 야생곰은 러시아 곰과 유전자가 비슷하고요. 장군이를 야생에 풀어놓으면 '순수 한국 반달곰'의 혈통이 섞이거나 끊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네요. 장군이는 2004년 회수돼 여기 생태복원장에서 지내다 2006년 겨울잠을 자다 죽었답니다. 죽고 나서도 이렇게 박제가 되어 우리나라 반달곰 인식 증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훈장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문득..




손을 넣어서 만져볼 수 있어요. 그러나 입을 만져보려니 무서워서 저절로 손이 움츠러 들더라는...




반달곰 캐릭터 상품이 많더라고요. 머그컵도 나쁘지 않았고, 




억새 젓가락 사겠다고 설쳤으나 식구가 '그냥 나가서 떨어진 나뭇가지 주워서 쓰라'며 극구 말리는 통에 포기. 그렇지만 반달곰 티셔츠는 샀습니다. 아싸! 




종복원기술센터 건물 한 켠에 조그만 생태전시관이 있어요. 국립공원의 주요 야생동물을 박제로 전시해 놓고, 생태 설명도 해 주고 뭐 그런 곳입니다. 바닥에 반달이와 꼬미가 보이네요.




얘가 멸종위기종 2급 담비입니다. 얘는 족제비처럼 생겼지만 몸털이 노란 색이어서 마치 코트를 입은 것 처럼 보입니다. 예전에 러시아 사람들이 모피 때문에 엄청 잡았다더라고요. <데르수 우잘라>라고, 러시아 사람이 쓴 극동 시베리아에 관한 책이 있는데, 거기에도 '조선인의 담비 사냥'이라는 챕터가 있습니다. 예쁘지 않습니까, 담비? 




뭐냐, 입니다. 사실 우리가 야생동물을 직접 맞닥뜨리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발자국, 털이나 똥을 보고 얘들을 찾아 다닌답니다. 동물마다 똥 생김새가 다르고, 뭐 그다지 맡아보고 싶진 않지만 냄새도 다르답니다. 에코숍 같은 데서 파는 손수건 중에 '야생동물 발자국' 손수건이 있는데, 같은 시리즈로 '야생동물 똥'도 있습니다. 발자국은 예쁘지만 똥은 좀...ㅠㅜ 




곰은 이런 굴에서 잔답니다. 고개를 들이밀면 새끼 반달곰이 엄마 반달곰한테 파고 드는 동영상이 나옵니다. 곰은 태어날 때 정말 조그마해서 어른 팔뚝 크기밖에 안된다네요. 이런 걸 보면 얘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의 하나이고, 나 정도는 가볍게 해 치울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건 그냥 희미해지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2층에 올라가면 반달곰 생태학습장의 CCTV가 나옵니다. 잠자다 깨어나 물마시러 오는 곰은 없군요. 아, 그건 토끼인가? 네네. 




올무랍니다. 지리산에 방사돼 있는 곰들을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밀렵 도구랍니다. 덫은 뭐 어렸을 때 쥐덫도 봤으니 어떻게 생겼는지 알겠지만, 올무는 이렇게 생긴 거였군요. 이걸로 어떻게? 올무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반달곰도, 숫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꽤 됐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곰 스프레이입니다. 곰이 싫어하는 냄새가 있어서 장비에 뿌려 놓으면 곰이 가까이 안 온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합니다. 




방사곰의 귀에 부착했던 발신기. 곰은 봄여름에 교미를 하고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는데요, 곰이 임신한 줄을 어떻게 아느냐, 이 발신기를 보고 안답니다. 곰마다 늘 돌아다니는 경로가 있는데, 곰 A와 곰 B의 GPS 발신기가 같은 지역에 같은 기간 놓여 있으면 그 사이에 곰이 교미를 했겠구나, 라고 추정할 수 있다네요. 




세계의 곰 관련 용품입니다. 중국의 팬더 마트료시카가 재미있네요. 




종복원 기술센터 브로슈어 뒷면입니다. 반달곰과 마주치면 죽은 척을 해서도, 나무에 올라가서도 안 됩니다. 나무에 올라가기는 음... 쉽진 않겠습니다만. 사실 지리산 야생에서 반달곰을 마주칠 일은 거의 없고, 이 주의사항은 생태학습원 내에서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제일 중요한 게 '먹이를 주지 마라' 랍니다. 곰이 사람들이 주는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어 이빨이 다 썩은 사진도 생태학습장에 가면 있다네요. 


봄에는 생태학습장을 돌아다니며 해설을 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답니다. 운이 좋으면 놀고 있는 반달곰들도 볼 수 있고요. 봄이 되면 한번 더 가보려고요. 뭐 그 동안에는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지금 현재로는 꼼꼼이 둘러봐도 1시간이 채 안 걸릴 것 같아요. 굳이 찾아가시면 실망하실 것 같고, 그래도 근처에 가실 일 있으시면, 애들 겨울방학숙제도 할 겸, 겸사겸사 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홈페이지: http://bear.kn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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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달곰 2013.02.20 15: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종복원기술원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4월 이후에 반달가슴곰 만나러 꼭 한번 들러주세요 ^^
    또 다른 느낌이실거에요



기념품 좋아하시나요? 저는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데요, 여행지에서 시간이 남으면 기념품 가게에서 보내는 것 같아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서도 상당한 시간을 기념품 가게에서 어정거리다.... 사실 뭐, 딱히 사는 건 없습니다만, 이것 저것 구경하는 재미로. 그러고 보니 <박물관 기념품 가게 기행>이라는 일본 책도 있어요. 그 책을 일본 국립신현대미술관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으로 사 왔던 적도 있네요. 네, 이 책입니다. 그림만 봐도 즐거워요.



어쨌거나, 기념품 중에 가끔 야생동물로 만든 기념품 들이 있어요. 산호로 만든 목걸이라든가, 무슨 뼈로 만든 귀걸이라든가, 코끼리 상아를 깎아 만든 조각이라든가 그런 것들인데요. 국제환경단체들이 이런 '야생동물 기념품'을 사오지 말라고 가끔씩 캠페인을 한답니다. 첫번째는, 이런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 더 많이 밀렵된다, 두번째는, 이런 거 사오시면 세관에서 걸려서 고생하십니다, 취지입니다.

휴가철도 되고 해서, 멸종위기종 기념품을 사 오시면 안된다는 기사도 하나 썼습니다.

야생동물로 만든 여행기념품, 멸종위기 부른다 (클릭)
야생동물 친화적인 여름 휴가를 위한 팁 5




7월1일부터 세계야생동물기금(WWF) 등과 유럽 세관이 함께 '야생동물 기념품 구입하지 않기' 캠페인을 한답니다. 유럽 주요 공항에 이 포스터가 붙고, 야생동물 기념품을 찾아내도록 훈련받은 개가 컹컹 찾아낸다고 하네요. 이게 그 포스터에요.


지난 번 독일의 함부르크 공항 에도 보니까 그런 캠페인을 하더라고요. 국제동물복지기금(IFAW)과 독일 세관에서 같이 압수품을 전시해 놓고, 당신의 여행이 야생동물을 위협하지 않도록 해 달라, 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뭐 약소합니다.



코끼리 상아로 깎은 기념품 조각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중국 남부, 태국 등에서 많이 판대요. 특히 남아공은 상아를 얻으려고 밀렵을 하는 바람에 코끼리가 문제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캐비어입니다. 보통 국제적으로 250그램 이하는 허용을 해 주긴 하지만, 캐비어 때문에 철갑상어 수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까...




호랑이 가죽과 호랑이 약재. 호랑이뼈가 만병통치약라고 알려지면서 호랑이들이 자꾸만 밀렵되고 있다는 취지. 전세계 야생호랑이 개체수가 5000~7000마리 정도 밖에 안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 호랑이 제품은?


호랑이 연고는 괜찮답니다. 예전엔 호랑이 기름을 실제 넣었는데, 지금은 허브로만 만든대요. 상표만 '호랑이' 연고입니다. 저도 예전에 싱가포르에선가 여러 개 사 와서 선물도 하고 그랬는데, 다행입니당.




이런 파충류 가죽으로 만든 제품도 삐~입니다. 네네.


구입하지 말아야 할 야생동물 기념품 10

-곰·호랑이 성분으로 만든 약
-산호로 만든 목걸이, 귀걸이, 장식품
-코끼리 상아로 만든 장식품, 젓가락, 머리핀
-악어·뱀 가죽 가방, 핸드백, 지갑, 허리띠
-상어 이빨 목걸이, 상어 턱뼈 장식품
-선인장, 난 등 살아있는 식물
-바다거북 등껍질로 만든 안경테, 팔찌, 목걸이
-250g 이상의 캐비어(철갑상어 알)
-호랑이·표범·치타 가죽으로 만든 코트, 러그, 가방
-히말라야 사슴(치루)으로 만든 숄

<자료:세계야생동물기금·국제동물복지기금>


대체로 이런 품목들이 국제적으로 '빨간불'인 것 같아요. 물론 대부분이 엄청 비싼 물건들입니다. 샤투슈 같은 숄은 수백만원이 넘나 보더라고요. 귀갑(바다거북 등껍질) 안경테 같은 것도 천만원을 호가한다는...(쿨럭). 그러나 각성된 국제 시민스럽게,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저런 기념품은 안 산다, 고 쿨하게 말해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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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예선 2011.07.19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랑이풀이라고 센텔라 아지아티카 라는 허브로 만든 연고에요. 화장품에도 사용되구요. 실제 호랑이기름이 들어간 적도 있었군요. 기념품하나도 조심해야겠다 싶어요.

    • glaukus 2011.07.22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옷 글쿤요. 센텔라 아지아티카..왜 호랑이 풀일까요? 줄무늬가 있나...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에 가면 멸종위기종복원센터라고 있는데요, 거기 가면 반달 가슴곰들이 살고 있습니다. 뭐 옛날부터 살아온 아이들은 아니었고, 지리산에 반달곰을 복원하면서 풀어놓았다가, 적응 못해 '반품'된 곰들입니다. 올해 초에 이 아이들끼리 새끼 한 마리를 낳았는데, 그 새끼를 지난 1일 지리산에 풀어줬답니다. 그래서 며칠전인 10월 7일자에 신문 기사로도 썼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061353401&code=940701


이번에 풀어준 반달가슴곰은 수컷인데요.. 이름이라기 보다는 관리번호가 KM31 입니다. 예전엔 곰들에게 '천둥이' 네, '칠선이'네 이름을 붙여 줬는데 요즘은 이름을 붙이지 않고 번호로 부른답니다. 곰은 사실 야생동물인데. 우리가 곰한테 이름을 붙이고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곰한테나 우리한테나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죠. KM은 아마도 Korea Male의 약자일 겁니다. 이 곰의 엄마곰은 'RF-04'인데 그건 Russia Female의 약자거든요. 러시아에서 온 암컷인거죠.

엄마곰은 2004년 지리산에 방사를 했다가 적응 실패로 회수됐다고 합니다. 다른 곰들이랑 놀지 않고 자꾸만 사람을 졸졸 따라다녀 등산객들을 놀래켰나 보더라고요. 복원센터에는 이런 '자연부적응' 반달곰이 4마리가 있는데, 이 엄마곰이 유일한 홍일점이죠

방사할 당시만 해도 생후 1~2년의 아기곰이었지만, 이 엄마곰도 이제는 훌쩍 자라 임신이 가능한 어른곰이 됐답니다. 곰은 6-7살이면 임신이 가능하거든요.


재작년부터 '2세 프로젝트'에 들어갔는데, 첫 해에는 그만 유산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작년에 재도전해 낳은 아이가 바로 엊그제 풀어준 KM31입니다.


참 곰은 참으로 편리하게도 겨울잠을 자다가 새끼를 낳는다더라고요. ‘지연 착상'이라는 걸 하는데 일단 교미는 놀기 좋고 날씨 좋은 여름에 하더라도, 수정난이 바로 자궁에 착상되지 않는답니다. 겨울잠을 잘 때 쯤 되어서, 이제 좀 낳아볼까, 하면 그제서야 착상이 되고 아기는 겨울잠을 자는 동안 스르르륵, 낳는답니다. 사람도 어디 좀 그런 기능이 있었으면 싶답니다.



                                   이건 작년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 반달가슴곰입니다.
                                        태어날 땐 어른 팔뚝만하다네요. 정말 작죠?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곰은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래요. 그래서 동영상 같은 데서도 보면 곰이 짚이나 풀을 끌어다가 새끼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덮어 주고 이런 장면들이 나오더라고요.
겨울잠을 자는 동안은 몸의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인데도 새끼는 챙긴다고 하더라고요. 작년 초에 지리산에서 새끼곰이 태어났다 한달쯤 뒤에 엄마곰과 함께 죽어버린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나중에 동영상을 보면 그 엄마곰이 동굴에 비가 새자 낙엽을 끌어다가 새끼곰을 막 덮어 줬다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이번에 방사된 이 KM31은 지난 여름까지 센터에서 엄마곰과 함께 지냈답니다. 엄마곰과 함께 나무도 타고, 나뭇잎을 먹기도 하고, 뒹굴기도 했답니다.
이 엄마곰이 사람을 지나치게 따르는 과거가 있었지만 새끼와 함께 있는 동안은 사람들한테 날카로웠다고 합니다. 다가가면 위협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했다네요.


                                KM31과 엄마곰의 단란했던 한 때.
                                  /국립공원관리공단 동영상 캡처.



어쨌거나 우리의 KM31은 지리산으로 갈 운명이었습니다. 지리산 반달곰 복원 프로젝트가 몇 년째 진행 중인데 한동안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곰을 사서 풀어줬고 작년부터는 자기들끼리 새끼를 낳았고, 이제 복원센터에서 낳은 새끼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죠.
KM31은 시설에서 자란 곰이 자연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랍니다.

그러나 엄마곰은 지리산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 엄마곰은 사람 주위를 지나치게 맴돌아서 회수가 된데다, 지난 몇 년을 죽 사람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니 야생에 내보내도 다시 센터로 돌아올 가능성 높다고 판단한 거죠. 엄마곰이 새끼곰을 데리고 다시 센터로 돌아오게 되면 소위 증식개체의 자연적응 프로젝트는 실패하게 되는 겁니다.

KM31은 9월부터 엄마곰과 격리돼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답니다. 사람과 접촉하면 안 된다, 벌꿀 따 먹으러 오면 안 된다, 먹이를 스스로 구해라, 한달 동안 이런 훈련을 받고 1일 지리산 깊은 산 속으로 겅중겅중 뛰어서 사라졌습니다. 아직 한 살도 안 된 새끼곰인데..

이 아이가 작년, 올해 지리산에서 태어난 다른 새끼 반달곰들을 만났을까요? 그 반달곰의 식구들도 만났을까요? 아니면 지리산 깊숙이에 4-5마리 남아있다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그 천연기념물 지리산 토박이 반달가슴곰들을 만났을까요?

혹시 지리산에 원래 있던 곰들이 괴롭히면 어떻게 하지.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새끼곰이 사라진 엄마곰이 울면 어떻게 하지. 그런 멍한 생각들을 해 봅니다.


야생에서 곰은 엄마곰과 한동안 함께 생활하며 생존 기술을 배운답니다. 그런데 우리 지리산에 방사된 곰들은 사실, 거의, 잡초처럼 살아온 아이들입니다.

네, 쎈 놈들입니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생후 1년 정도에 물 설고 땅 설은 지리산으로 건너와 알아서 자기들끼리 살았답니다. 먹이 구하는 방법, 교미하는 방법, 새끼를 돌보는 방법, 그런 걸 가르쳐 줄 엄마곰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작년에 처음 새끼곰이 태어났을 때, 손바닥을 가슴에 얹고, 아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이 천애 고아 곰들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도토리 따 먹고 밤 주워 먹고, 알아서 짝을 짓고, 알아서 새끼도 낳더니, 새끼를 지키다가 얼어 죽기까지 하더라고요.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런 것들은 DNA 깊숙이에 기록이 되어 있는 걸까요? 자연은 경이롭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KM31도 파이팅입니다.



어쨌거나, 곰을 위해, 뭐 제가 따로 해 줄 수 있는 건 없고 그냥 올 가을 등산길에서는 도토리를 주워가지 않겠다, 는 결심 정돕니다. 곰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도 도토리를 먹고 산다네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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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갈매 2010.10.08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새끼곰 정말 귀여워요!!!!

    근데 번호로 불리고 관리되는 것이며 '회수'라는 표현도 그렇고.. 동물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이 좋지 않아 그렇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볼 땐 어째 쫌 씁쓸하네요.. 다른 방법은 없는걸까요??

    냐하하. 도토리를 주워가지 않겠다니..
    곰들은 잡식성 아닌지요?

  2. 토토삐삐엄마 2010.10.08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접근차단으로 나오죠?

  3. 토토삐삐엄마 2010.10.08 2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속에 방사되는 반달곰도 중요하지만 평생을 쇠사슬에 갇혀서 쓸개즙만을 위해 사육되어지는 곰들에 관한 기사도 써주세요..

  4. 토토삐삐엄마 2010.10.08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이 수정이 안되네요..자꾸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와서..댓글이 죄송하게 길어져버렸네요..얼마전 뉴스데스크 40주년 출동카메라에 나왔던 사육곰 뉴스를 보고 더 좌절했네요..벌써 30년전에 나왔던 문제인데..바뀐건 하나도 없다니..그 넋을 놨던 곰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답니다..올 6월에 법개정문제가 나왔었는데 지지부진하네요..잔인한 곰에 대한 사육은 언제 멈추게 될까요..국가에서 오히려 보장하고 있으니..

  5. 딸기 2010.10.10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야 숨 돌리고 찬찬히 읽어보았네.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6. Ray 2011.07.05 0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도 잘 읽어봤습니다^^
    근데 나라에서 만일 매입을 한다면 지리산 센터로 보내지게 되는건가요?
    아님 꼭 매입을 안하더라도 센터에서 인수해서 지리산으로 방사시킬순 없는건가요?
    궁금하네요..^^

    • glaukus 2011.07.22 0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약 나라에서 단계적으로 매입하더라도 지리산으로 방사할 것 같진 않아요. 지리산에 있는 애들은 비교적 우리나라 고유종과 가깝게 혈통 관리를 해 온 애들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사육곰 아이들이 섞이게 되면 우리 고유종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종이 태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죠. 그러다가는 우리 고유종은 영원히 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 뭐 이런 우려입니다.

      참, 아산에 베어트리 파크라고 있는데, 거기도 반달곰이 150마리쯤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거기가 건물이 예뻐서 <마이 프린세스>? 김태희 나오는 드라마에 나왔다는 것 같더라고요.

  7. sq9391 2011.07.17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쓰신 분이 참 재미있게 잘 쓰셨네요. 글솜씨가 좋으십니다 부러워라. 저도 다음에 가족과 함께 구례에 가면 센타에 들려서 뭔가 기여를 하고싶습니다.

    • glaukus 2011.07.22 0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흐(꾸벅) 반달곰 복원사업이 반달곰 자체를 복원하는데는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몰라도, 우리 국민의 자연에 대한 인식 향상에는 엄청난 기여를 하는 것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 엊그제 중국에서 7마리인가 더 들여온다는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