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관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16 런던 그래피티 워킹 투어 - 저항하라! (2)
  2. 2011.09.25 노숙자의 눈높이로 본 런던-노숙자 투어

지난달 초에 '런던 얼터너티브 투어 London Alternative Tour' 라는 단체 (홈페이지는 여기) 에서 하는 '얼터너티브 도보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Alternative 라고 돼 있어서 저는 '대안관광'인 줄 알고 갔는데 - 뭐 말하자면 노숙자 투어 (클릭) 비슷한 -, 그 얼터너티브는 뭐랄까, 음악 하는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얼터너티브'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런던 동북부에 쇼디치라는 지역이 있는데요, 거기 그려진 그래피티들을 구경하는 투어였어요. 그래피티도 기존 사회 질서에 저항하는 의미가 크니까, 제가 생각하는 '대안 투어'와 형제는 몰라도, 사촌 쯤은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거나 굉장히 인기가 많은 투어입니다. 트립 어드바이저 같은 사이트에서도 평이 몹시 좋고, 여름 관광철에는 몇달 씩 기다려야 하기도 한답니다. 매일 하는 건 아니고, 주말과 주중의 특정 요일에만 하는데요, 저도 두달 전부터 주말 투어를 예약해놓고 기다렸답니다. 그리고, 우하하 이게 가장 좋은 부분인데, 공식적으로 공짭니다, 공식적으로.

 

 

 

이 잘생긴 청년분이 오늘의 가이듭니다. 쇼디치 입구의 '염소상' 앞에서 만나서 갔어요. 스무명 쯤 되는데, 절반은 영국 국내 관광객들이더라고요. 외국인 관광객도 많고요. 이 단체 자체가 비영리여서, 이 청년분도 자원봉사를 하는 겁니다. 그래피티가 너무 좋아서요. 저 짝다리를 보셔요. 어딘가 좀 얼터너티브 예술 하시는 분의 포스가 풍기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이 작품은 모노톤의 엄숙한 장군님입니다. 전통적인, 몸바쳐 나라를 구하는 훌륭한 장군님의 모습이죠.

 

 

 

그러나 그 벽의 반대편엔 이런 그림이 있습니다. 똑같은 모자를 쓴 장군님이, 엄숙하게 말을 타고, 어이없게도 게임에나 나올 법한 괴물을 대적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설정이죠. 이런 권위에 대한 도전이, 바로 그래피티의 정신이...라는 거죠.

 

 

 

 

그 골목 모퉁이엔 이런 아름다운 그래피티도 있었습니다. 이 작가 이름은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로아 ROA 라고 합니다. 원래는 타조를 그리려고 했는데,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어 너 학 그리는구나, 해서 갑자기 학으로 바꿔서 그렸답니다. 이런 즉흥성이 바로 그래피티의 매력이 아니겠느냐....고 합니다. 어쨌든, 유명한 그래피티 작가인 뱅크시도 원래 이 동네 주변에서 그래피티를 그리면서 유명해졌대요. 그 뒤로 이 동네에 수많은 그래피티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이 이렇게 그림을 그린답니다.

 

 

 

이 동네가 쇼디치, 브릭 레인 뭐 이런 지역인데요, 사실 부자 동네는 아니랍니다. 여기 동네 치안이 좋지 않아서 잘 안 간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건물들도 좀 허름하고, 재개발하는 것처럼 부숴진 건물도 많고 그렇더라고요. 이 동네는 크게 세 번의 '이민자 물결'을 통해 만들어졌답니다. 17세기 무렵에 프랑스 신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바다 건너 영국으로 와 여기에 자리를 잡았고, 그 다음엔 20세기 중반 유태인들이 나치의 박해를 피해 여기로 건너왔고, 60년대에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건너왔대요. 어떻게 보면 약간, 쫓겨온 사람들의 새로운 땅, 비슷한 거죠. 이 동네에 '방글라 시티'라는 이름의 수퍼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랍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이 동네에 이렇게, 방글라데시 어린이의 모습을 그렸답니다.

 

 

 

동네 구석에 이렇게 주차장이 있어요. 저 트럭들이 서 있는 어디에 원래 뱅크시 작품이 있었답니다. 이 주차장 맞은편과 그 주변 벽들에 그래피티가 많았어요.

 

 

 

주차장 맞은편 벽. 어디까지가 '작품'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른쪽 위의 저 게임 캐릭터 같은 건 '인베이더'죠? 여기 뿐 아니라 유럽 여기저기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맨 아래 괴물 브로치 같은 것도 꽤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 같고, 그 옆의 물방울 흘러내리기 같은 것도 작품입니다. 가운데 '조심' 안내판도 작품인지... 몹시 헷갈립니다.

 

 

 

동네에 소매치기가 많은가 봅니다. 여러 언어로 소매치기 조심!

 

 

 

이 체 게바라풍의 혁명동지 그림은 사실 굉장히 조그맣습니다. 옆에 세워둔 생수병보다도 작아요. 작가 이름은 파블로 델가도. 조그맣게 마이크로 사이즈로 그리는 게 특징입니다. 이 사람 작품도 여기 저기 꽤 많더군요.

 

 

 

그래피티가 비록 불법이지만, 작가들도 나름 사인을 남겨 놓습니다. 이 작품은 네이슨 보원..? 이라고 읽으면 될래나요? 이 사람 작품은 관광객들 많이 가는 버로 마켓 근처의 벽에도 있어요. 공사장인데, 공사장 노동자들이 소변이 마렵거나, 성질을 내고 있거나, 깔깔 거리고 있는 그런 포즈로 있는 모습을 그려 놓았죠.

 

 

 

이 작품은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안타깝지만 작가 이름은 기억이....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총으로 쏜 것처럼 물감을 쏴서 흐르게 만들어서 그린 거랍니다. 예전에 미술 시간에 배운 일종의 점묘 화가인가봐요.

 

 

 

같은 분의 또다른 작품입니다.

 

 

 

이 건물 아랫벽 전체에 이렇게 '안티안티안티'라고 적혀 있습니다. 재작년에 런던에서 '디자인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일부 그래피티 작가들이 기성 디자인 질서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이 벽에 이렇게 '안티 안티' 라고 그려 놨답니다.

 

 

 

그런데 이 '안티' 벽 맞은편은 '프로 프로 프로' 벽입니다. 이 건물에서 일하는 분들이, 매일 아침 저 '안티'를 보며 출근하려니 인생이 우울하다며, 그래피티 작가들한테 뭐 좀 긍정적인 걸로 벽 좀 그려달라고 해서, 이렇게 그렸답니다. '안티 안티'는 모노톤이지만, 이 '프로'는 색깔도 화려합니다. 그래서 이 골목이 한쪽은 '안티', 반대쪽은 '프로'인, 재미있는 골목이 됐죠.

 

 

 

이, 어딘가 익숙한 이 우주인 모양의 그래피티는 스티크 라는 작가의 작품이래요. 주변에 이것 저것 다른 작품들도 많죠. 그래피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어제 있던 작품이 오늘 가면 없고, 내일 가면 새로운 작품이 그 위에 그려져 있고, 이런 식의 예측 불가능함이랄까, 언제나 '만들어 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거라고나 할까, 그런 거래요.

 

작품들이 없어지는 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져서이기도 하지만, 나라에서 지우고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처럼 영국도, 타인의 건축물에 허가 받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는 불법이니까요. 물론 작가들이 집주인한테, "나 여기 그림 그려도 되냐"고 물어보기는 하죠. 그러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공공 건물도 많고 그래서, 이 동네 그래피티의 90%가 불법 그래피티라네요.

 

어쨌거나 뱅크시를 계기로 그래피티가 '예술', 특히 돈이 될 수도 있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생겼고, 영국 같은 경우는 몇년 전 워털루 다리 밑에서 아예 '그래피티 축제'를 열기도 했죠. 자, 여기 마음 놓고 그려라, 하는 그런 행사였던 모양이에요. 그렇지만, 그렇게 자리를 깔아주면 그건 더 이상 그래피티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그래피티의 정신은 원래 저항하는 건데, 그걸 제도화하고,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래피티가 아니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이 괜찮은 작품들이 내일이면 없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는 것도 좀 아쉽고. 음... 갑자기 생각났는데, 저희 동네에 매일 주차돼 있는 차 중에 '그래피티 제거 전문' 차량이 하나 있던 것 같다는...

 

 

 

이 작품은 이 동네에 가장 최근에 등장한, 아주 매력적인 그래피티랍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이 외국 작가님은 어디 가는 길에 런던에 하루 머무르시면서 하룻밤에 뚝딱 이 그림 그려놓고 가셨답니다. 제가 하룻밤에 할 수 있는 건, 음..음... 음... ㅠㅜ

 

 

 

투어 마지막에 기찻길을 지나게 됐는데, 마침 이런 게 적혀 있더라고요. '우린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을 거다. 우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거다. 우리는 그냥 가질 뿐이다. 점령!" - 뭔가 그래피티의 정신에 대해 상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더불어, 좀 비슷하게,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오큐파이' 운동과도 상통하고요.

 

어쨌거나, 이 투어는 두 시간이 좀 못되게 끝났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공짜' 지만, 투어 끝에 '후원해 주시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며 모자를 돌리는데, 워낙 애쓰신 걸 봐서 조금씩은 다 넣게 되더라는... 사실 저는 그래피티나 언더 예술을 잘 몰라서, 그러려니 하고 따라 다녔지만, 그런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더불어 그런 젊은이들의 저항 문화라든가, 이런 데 대해 생각할 계기도 되는 것 같고요. 이 블로그가 지향하는 바가, 여행은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뭐 이런 건데, 그런 면에서 그래피티 투어도 우리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트립 어드바이저처럼, 강력히 추천할까 싶습니다.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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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ike free run 2013.07.11 0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 매력있어, 자기가 얼마나 매력있는지 모르는게 당신매력이야

  2. ugg boots 2013.07.13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밖을 봐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얼마 전에 런던 스트랜드 거리에서 하는 가이드 투어를 하나 다녀오게 됐는데요, 이게 알고 보니 '노숙자 투어'더라고요.
스트랜드 거리가 어디냐, 워털루 다리에서 코벤트 가든 지나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이어지는 큰 대로인데, 주요 관광지 중 하나죠.
에... 코벤트 가든에 작은 시장도 있고, 거기 지나서 레스터 스퀘어로 가면 차이나 타운과 뮤지컬 극장들이 많고, 쭉 따라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면 유명한 내셔널 갤러리와 사자상 같은 것들이 있어요.

하여간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복작거리는 곳인데, 거기를 '노숙자의 눈높이'로 다시 보자, 뭐 이런 투어였습니다. 킹스칼리지 런던 지리학과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하는 일종의 '지역사 기록하기' 작업인데요, 인상적이더라고요. 투어는 한 시간 반 쯤 걸렸습니다.
 



출발지는 코벤트 가든. 시장도 있고 길거리 공연도 많이 열리는 주요 관광지 중 하납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 왔어요. 





그 코벤트 가든 입구에 이 극장이 하나 있어요. 요즘은 <슈렉> 뮤지컬을 상영하더군요. 이 극장이 이 일대 노숙인들의 보금자리랍니다. 쇼가 끝나고 관객도 직원들도 돌아가고 나면 노숙인들이 이 회랑 아래 계단에서 잠을 잡니다. 처마가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거든요. 




네, 이 계단입니다. 여기로 오는 노숙인은 '오직 수면' 노숙인들과 '음주 수면' 노숙인의 두 부류랍니다.

런던의 노숙인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가 '길거리 노숙인'-이 분들은 정말 길에서 주무신대요. 생계 수단은 구걸. 폭력에 휘말려드는 경우도 많고요. 두번째가 '음주 수면' 노숙인들인데, 이 분들은 술을 꼭 드시고 주무시고, 정말 잠만 자는 '오직 수면' 노숙인들도 있습니다.

코벤트 가든 이 극장의 정면은 '오직 수면' 노숙인들의 나와바리, 측면은 '음주 수면' 노숙인들의 '나와바리'랍니다.




코벤트 가든을 지나 레스터 스퀘어 뒷골목입니다. 그 시끄러운 레스터 스퀘어 뒷쪽에 이런, 아무도 찾지 않는, 조용한 골목이 있어요. 이 프로젝트 진행하는 교수님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노숙인을 만났는데, 정말 좋은 데가 있다며 노숙인이 데려와 알게 되셨답니다.  건물들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외벽 수리 같은 걸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도 몇몇 노숙인들이 주무신답니다.




여기가 트라팔가 스퀘어. 런던의 '잇' 플레이스죠.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그런데 이 트라팔가 스퀘어 뒤, 세인트 마틴 교회 뒷벽에 보면 이렇게 빨간 문이 있어요. 여기가 노숙인들에게 열려 있는 "오픈 도어"랍니다. 배고프고 잠잘 곳이 없는 노숙인은 누구라도 이 문을 두드리면 재워주고, 먹여 준답니다. 

이 빨간 문은 1,2차 세계대전 때부터 있었대요. 그 때는 노숙인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고, 요 근처에 차링크로스 역이 있는데, 거기로 군인들이 많이 돌아왔대요. 가족의 생사도 모르고, 몸도 마음도 불편한 군인들이 갈 데가 없으면 이리로 오라고, 만들어 놓은 시설이었답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노숙인들이 이용한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겠지만 노숙인들의 삶은 고달프죠. 노숙인들을 쫓아 내려는 상점들과, 비를 가릴 지붕이 필요한 노숙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투가 벌어집니다. 쇠창살을 두르기도 하고, 바닥에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하고 갖은 묘수가 다 나오는데, 지금 이 사진이 '최신 버전' 장치랍니다. 바로 스프링클러. 처마에 스프링클러를 달아 몇시간에 한번씩 물을 뿌린대요. 잠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노숙인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하는.... 매정하지 않나요 ㅠㅜ. 사진은 트라팔가 광장 뒤의 C모 커피숍입니다. 




차링크로스 역 뒷편으로 내려오면 이런 멋진 문이 하나 있어요. 런던도 '탬즈강 개발사업'을 하기 전엔 물이 스트랜드 거리 앞까지 넘실거렸다더라고요. 그 때 만들어 놓은 '워터 게이트'. 무슨 귀족의 빌라에 붙어 있던 거라는데, 지금은 공원의 장식물처럼 쓰입니다. 이 문은 다양한 지역의 벽돌들을 쌓아 만들었다는군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 여기서 잠자던 노숙인 벤(가명)이 벽돌공 출신이거든요.

가게가 망하고, 집안은 어려워지고,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첫날, 벤은 이 문 앞에서 자다가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습니다. 서류가 다 들어 있어서 졸지에 자신의 신분도 증명하기 어려워지면서, 벤은 차츰 노숙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원래가 성실한 사람이래요. <빅이슈>도 열심히 팔고, 고생고생해서, 지금은 윔블던의 '지붕 있는 집'에서 산답니다.

근데, 노숙인들이 <빅이슈>를 열심히 팔지를 않는다고 하더군요. 왜냐, <빅이슈>를 팔아 모은 돈을 꼬깃꼬깃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그거 훔치려고 찾아오는 강도들이 있대요. 정말 벼룩의 간을 빼먹지... 노숙인이 은행 계좌가 있길 하나, 몸에 돈을 지니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냥 밥 먹을 만큼만 판다고 하더라고요. 



아까의 문 옆으로 따라가면 이렇게 요즘 노숙인들이 잠을 자는 자리가 나옵니다. 이 일대에 유난히 아치형 다리가 많아요. 예전에 탬즈 강물이 이 일대로 넘실거릴 때, 여기를 '영국의 베니스'로 만들겠다며 아치 다리를 많이 놓았답니다. 런던이 베니스가 될 리가 없고, 이 다리들은 이제 비둘기와 노숙인들의 쉼터로 쓰입니다. 




좀 전의 그 잠자리 옆에 한 노숙인이 남겨 놓은 사인입니다. '잭 온 투어 95'. 이 잭(가명)은 맞은편에 사인을 남긴 여성 노숙인 베티(가명)와 사랑에 빠져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났답니다.

이 '노숙인 프로젝트'에서 '블루 플라그'라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플라그가 뭐냐, 



이런 겁니다. 런던에 주요 명소들에 보면 이렇게 파란 표딱지 같은 게 붙어 있는데, 여기 엄청 유명한 누가 살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어쩌고 저쩌고 알려주는 안내판이에요. 이 '노숙자 프로젝트'에서 하는 블루 플라그는 이 진짜 플라그의 패러딥니다. 노숙인들의 역사를 플라그 형태로 만들어서 구글 맵스에 기록을 하는 거죠. 




이를테면 이런 플라그. '네이슨이 2010년 9월11일 아이팟을 잃어버린 곳'. 음, 근데 이 노숙인은 아이팟이 있었나보죠? 플라그의 자세한 내용들과, 노숙인들의 이야기는 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같은 뒷골목의 한 풍경. 평범한 직장 앞 골목이지만, 나름대로 업주와 노숙인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엿보입니다. 원래 회랑이 있는 건물이어서 노숙인들이 거기 서른 명, 마흔 명씩 떼를 지어 잤대요. 그러자 업주가 회랑에 쇠창살을 둘렀죠. 근데 쇠창살 앞으로 약간의 지붕이 있어서 그 아래 또 노숙인들이 진을 쳤죠. 그러자 업주가 이렇게 화단을 만들었답니다. 

이 건물 맞은편은 공원인데, 예전엔 공원에서도 많이들 잤는데, 요즘은 공원도 밤에 닫기 때문에 잠자기가 어렵대요. 건물들은 이렇게 다양한 노숙인 방지 시설을 만들고. 프로젝트 진행자 말로는, 겨울이 되면 그래서 길에서 죽어가는 노숙인이 많답니다. 길거리 노숙인 아무나 붙잡고 지난주에 혹시 죽은 사람 있냐고 하면, 아아 어디 누구 죽었다, 는 이야기를 바로 들을 수 있다는...ㅠㅜ




투어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사보이 호텔 근처에 있는 사보이 채플. 여기는 왕실 소유의 채플인데요, 1512년에 헨리 7세가 '홈리스'들을 위한 병원으로 만들었답니다. 홈리스, 노숙인 문제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500년 전에는 홈리스 병원도 만들었는데, 인류가 진보했다지만 어떤 면에서는 좀 더 가혹해진 건 아니냐... 뭐 그런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사람들도 엄청 많이 다니는 길이기도 한데, 이런 곳을 '노숙인'을 주제로 다시 보니 정말 새롭더라고요. 런던이 단지 낭만적인 관광지만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도시화, 실업자, 노숙인 같은 사회 문제를 겪고 있는 동시대의 도시라는 생각도 들고요. 언제 런던에 갈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 해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일종의 대안 관광, 아니겠습니까.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과,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노숙인들의 사연과, 지도와 리플렛은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Rags & Riches www.strandlines.net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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