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회원들이 팜유 생산을 위해 오랑우탄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다고 시위하는 장면. 연합뉴스 사진이다.


팜유는 팜트리, 즉 야자나무에서 나오는 기름이다. 이 팜유는 기름 대신으로도 쓰고, 비누 같은 걸 굳히기 위해서도 쓴다. 왠만한 초콜릿, 버터, 과자, 비누에 팜유가 안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팜유가 베지터블 오일보다 싸기 때문이다. 

문제는 팜유가 오랑우탄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데 있다. 팜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팜유를 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농장도 늘어났다. 팜유 플랜테이션은 열대 정글을 잠식해 들어갔고, 열대 정글이 사라지면서 그 속에 살던 오랑우탄들은 집과 땅을 잃었다. 팜유-팜플랜테이션-열대정글-오랑우탄, 이렇게 먹이 그물이라면 그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거 뭐, 중국에서 나비가 날개짓하면 뉴욕 증시가 무너진다 뭐 이런 이야기처럼 들린다. 

BBC의 2580식 시사프로인 <파노라마>에서 이 내용을 봤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팜 플렌테이션과 주민들, 오랑우탄 보호 시설을 찾아간 이 프로그램은, 플랜테이션 확장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 오랑우탄을 암만 구조해 와도, 자연으로 되돌려 줄 수가 없다는 한탄을 하고 있었다. 오랑우탄이 돌아갈 정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안적으로, 정글을 파괴하지 않고 팜유를 생산하는 소규모 팜유 업체들도 없지는 않지만, '지속가능한 팜유'는 전체 팜유의 12% 밖에 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한탄도 함께 보여줬다. (사실 팜유와 오랑우탄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본 나는 '지속가능한 팜유'가 12%나 된다는 데 놀랐지만 하여간, 그걸론 형편없이 부족하단다.) 더불어 '팜유' 대신 '베지터블 오일' 이라고 써서 소비자를 호도하는 '유니레버'를 콕 찍어, 그러면 안 된다고 준엄하게 꾸짖는 한편, 10년 걸려 일부 제품에 지속가능한 팜유를 쓰기 시작한 세인즈버리를 칭찬도 해 줬다. 

그러고 나서 새삼스럽게 찬장을 열어 보니, 내가 밥에 넣어 볶아도 먹고, 라면에 넣어 끓여도 먹는 '오뚜기 카레' 성분 소개에 큼지막하게 '팜유(말레이시아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앗 내가 카레 해 먹고, 볶음밥 해 먹느라고 오랑우탄들이 집이 없어 죽어가고 있단 말인가. 

에, 그렇다고 팜유가 들어간 걸 안 먹을 수도 없다. 스타벅스 커피도 안 먹을 수 없고, 틈틈이 콜라도 먹어 줘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꼬맹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기운 축구공으로 공도 차야 하고, 중국 서부의 노동자들이 가루와 먼지 마셔가며 재봉틀 돌려 만든 옷도 입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팜유와 오랑우탄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다. 아아 몰라몰라, 하면서도 어쨌거나, 당분간은 팜유를 볼 때마다 오랑우탄이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중요한 문제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http://news.bbc.co.uk/panorama/hi/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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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cornwalk 2010.11.02 0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명애 기자님 재밌게 잘 읽고 있답니다!
    마침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오뚜기 약간매운맛 카레를 라면에 넣어 저녁으로 먹었다는...

  2. bee 2012.07.05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두문단 정말 공감가네요,, 모두다 안할수는 없지만 생각하고 줄여가는 마인드가 중요한것 같아요 - 생태학쪽으로 파고들수록 무엇하나 사기도 먹기도 어려워서 머리가 아파지긴 하지만요 ㅠ

  3. 염소뿔 2013.01.26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현재 시판용 카레에 팜유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카레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대신 비싸도
    러빙헛의 순카레분을 싸서 먹습니다. 시판용 카레처럼 맛이 있지는 않지만 적당히 맵고 담백해서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우유 등이 들어간 시판용 카레보다 맛있더군요. 비누도 러쉬에서 나오는 무팜유
    비누를 구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