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헌 옷을 어떻게 하시나요? 대부분은 저처럼 동네 헌옷 수거함에 넣으시겠죠? 영국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옷을 재활용 통에 넣는 대신 자선업체에 기부를 많이 한답니다. 동네마다 옥스팜이나 캔서 리서치 같은 중고용품 가게가 많은데, 거기 옷을 기부하고, 또 사 오기도 하죠. 저도 옥스팜에서 겨울 부츠를 7파운드, 우리 돈으로 1만2000원쯤 주고 사서 신났던 적이 있어요. 


(사진: 옥스팜 사이트)

옥스팜까지 굳이 갈 것 없이 요즘은 이렇게 헌 옷 수거함이 많이 생겼답니다. 테스코 같은 대형 마트 주차장에도 자선단체의 헌 옷 수거함이 있답니다. 어차피 차 끌고 쇼핑하러 오신다면, 그 때 헌 옷 여기에 넣어 주심 잘 쓰겠습니다, 뭐 이런 취지인 것 같습니다. 


(사진:planet aid.com)

뭐 이런 식으로.... 나쁘지 않죠. 

그런데 자선단체에 기부 됐거나, 아님 재활용을 통해 수거된 헌 옷들이 바다 건너 제 3세계까지 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혹시 들어보셨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지 않고, 주로 미국이나 영국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중고용품 옷걸이에 걸려 있던 옷들이 시간이 지나도 안 팔리면, 둘둘 말아 배타고 아프리카나 남미로 가게 되는 거죠. 아직까지 질 좋은 옷이 귀한 나라들이 있으니까요. 



(사진: eagletrade.com)

네, 이런 식으로, 꽁꽁 싸서 배를 타고 갑니다. 2005년에 옥스팜에서 리서치를 했는데, 국제 헌 옷 거래 규모가 무려 연간 10억 달러랍니다. 당시로 전세계 의류업 거래의 0.5%였으니까, 지금은 규모가 더 커졌겠죠?

주로 가는 나라가 짐바브웨, 잠비아, 케냐, 르완다, 가나, 튀니지 같은 아프리카 나라들이고, 볼리비아 같은 남미 국가로도 갑니다. 사하라 남부 같은 경우는 전체 의류 수입의 30~50%가 '선진국' 헌옷 이랍니다. 영국 옷은 주로 아프리카로, 미국 옷은 주로 남미로 가죠. 특히 잠비아 같은 나라에서 인기가 많대요. 잠비아 사람들이 옷 입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더라고요. 굶더라도 옷은 잘 입어야 한다, 뭐 그런 문화가 있대요. 앗 어쩐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문득....



(사진: news.bbc.co.uk)


자선단체에서 안 팔린 옷들은 국제 헌옷 거래상을 통해서, 한 달 정도 배 타고 각 국가로 갑니다. 헌옷이라고 아무 옷이나 보내는 건 아니고, 아프리카엔 여름 옷 주로 보내고, 질 좋은 옷은 따로 묶고, 뭐 블라우스는 블라우스대로 묶고 그런 식으로 분류를 한대요. 이렇게 도착한 항구에 도착한 옷은 현지의 옷 거래상들이 무게를 달아 사 갑니다. 그리고 자기네 동네로 돌아가 크게 옷 좌판을 벌이죠. 

영국 신문 가디언에서 재작년에 잠비아에 팔려간 옥스팜 블라우스를 추적 취재한 적이 있는데, '선진국'에서 도착한 헌옷을 사기 위해 옷 도매상들이 항구 앞에 새우잠을 자며 기다린대요. 그렇게 만들어 동네에 도착하면 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고요. 의류업이 덜 발달한 잠비아 같은 나라에선 헌옷이지만 '선진국' 옷이 질좋은 고급 제품이거든요. 블라우스 하나가 1~2파운드 정도에 팔리는데, 우리 돈으로는 3~4천원이지만, 현지인들에겐 며칠 일당이랍니다. 물론 그 옷의 원래 가격은 10배, 20배가 넘는 30~40파운드 정도죠. 



(사진: http://www.lusakatimes.com)


뭐 이렇게 구름 군중이...

그런데, 이렇게 제 3세계로 물 건너 간 '선진국' 헌 옷이 현지의 의류업을 위협하고 있답니다. 의류업이 아직까지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들로서는, 도저히 상대하기 어려운 경쟁자가 나타난 거니까요. 가격도 싸고, 질은 몇 배 좋고. 그렇잖아도 요즘 중국에서 값싸고, 상대적으로 질 좋은 옷이 대량 쏟아져 의류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는데, 거기에 하나 추가된 거죠. 가나 같은 나라는 국민의 90%가 '선진국' 헌옷을 구입한답니다. 이래서는 의류업이 살아남기 힘들겠죠. 



(사진: http://www.indypendent.org)


이 사진은 볼리비아입니다. 볼리비아 의류 상인들이 선진국 헌옷 때문에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옷을 모아 태우고 있는 시위 장면이에요. 볼리비아는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 때 선진국 헌옷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다시 허용한 모양이에요. 

물론 헌 옷 거래가 좋은 점도 많죠. 일단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재활용이니까 좋고, 또 현지에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합니다. 옷 거래상들이 생기고, 옷 장사도 생기고, 볼리비아 같은 경우는 미국 옷을 자기네 스타일에 맞게 개량하는 중간 개량업도 발달해 있대요. 또 사람들이 구치나 샤넬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니까, 헌옷의 라벨을 싹뚝 자르고 거기 구치나 샤넬 라벨을 붙여 기워주는 전문 업체도 있답니다. 

그렇지만 문제도 없지 않죠. 볼리비아 같은 경우는 나라가 금지하니까 국제 헌옷 밀거래가 엄청 발달해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통관 과정에서 문제도 많고요. 나라로 들어가야 할 세금이 새어 나가기도 하고. 또 어디나 이윤을 취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 옷 값 갖고 장난치는 중간 업체들도 없지 않죠. 그리고 현지인들의 문화적인 종속도 문제가 되고요. 서구 의류가 유행하고, 또 인기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같은 값이면 '선진국' 헌옷을 산다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내가 선의로 기부한 옷이, 제 3세계 어느 나라의 의류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은 좀 난감하지 않습니까? 

에, 그렇다면 기부하는 대신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자는 이야기냐-그렇지는 않겠죠. 일단 국제 헌 옷 거래 규모를 줄여야 하는데....이 문제는 사실 선진국의 '패스트 패션'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십여년 전부터 유행에 맞춰서 후딱 만든 값싼 옷들이 많아졌잖아요? 값이 싸니까 쉽게 사고, 쉽게 사니까 후딱 버리고, 그리고 또 사 입는 그런 문화가 생긴 거죠. 그 선진국의 패스트 패션 옷들이 또 사실은 생각해 보면, 태국이나 나 중국의 공장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참 제 3세계는 선진국에 옷 만들어 주고, 그 옷 버리면 갖다 입다가 의류업 망하는 당혹스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패스트 패션 옷 많죠. 특히 XX터미널 지하상가 같은 데 가 보면 5000원 짜리 셔츠며 치마도 쉽게 살 수 있고요. 

네네, 문제는 패스트 패션. 질 좋은 옷을 사서 오래오래 입는 것이 나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잠비아의 웅가왕가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 때 입던 옷을 10년 지난 지금도 입는 분들!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집에서는 잠옷으로 남편 헌 옷 입는 아줌마들! 잘하셨습니다. 언니가 버린 헌 옷 다시 찾아 입는 동생들도 훌륭합니다, 네네. 


 



Posted by orca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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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영 2011.11.23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향신문 기사를 보고 블로그 방문했어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런던에서 건강하시고 블로그에서 자주 뵐께요~

  2. 이성영 2012.01.09 16: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작아진 옷을 회원간 교환하여 입히는 키플서비스 만들어 가고 있는 소셜벤처 키플의 이성영입니다. 생각할 화두를 던지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희 블로그에도 회원들과 같이 보고 싶어서 공유했습니다. 출처는 신문과 블로그 두 곳 모두 밝히고 링크 걸었습니다. ^^ 글은 이곳 http://blog.naver.com/kiple_blog/90133276764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보시고 문제되시면 알려주세요. ^^

  3. 김동욱 2012.02.22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잘봤습니다 ^^ 안타깝네요